2026. 9. 18. 12:30ㆍ나물
고춧잎을 나물로 무쳐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저도 몇 해 전까지는 고추는 열매만 먹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 잎을 데쳐서 무쳐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근데 이게 딱 지금, 가을 초입에만 아주 잠깐 나오는 별미라는 거 아세요?
조금만 시기를 놓치면 잎이 뻣뻣하게 억세지고, 서리라도 한 번 맞으면 그마저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서두르는 마음으로, 놓치기 전에 꼭 한 번 만들어보시라고 고춧잎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저희 동네 시장 할머니 말씀으로는 딱 이맘때 나온 게 향도 세고 억세지도 않아서 제일 다루기 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

사진 출처: Photo by Steve A Johnson on Unsplash
1. 고춧잎 고르는 법과 손질법
고춧잎은 보통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고추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곁순이나 아랫잎을 솎아낼 때 같이 나오는 나물이에요.
날이 완전히 쌀쌀해지기 전, 그러니까 서리 내리기 전까지가 딱 적기라고 보시면 돼요.
서리를 한 번이라도 맞은 잎은 숨이 죽고 물러져서 나물로 무쳤을 때 흐물흐물해지더라고요.
좋은 고춧잎을 고르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일단 잎이 손바닥만큼 크게 자란 것보다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작고 여린 것을 고르시는 게 좋아요.
줄기를 살짝 구부려봤을 때 톡 하고 잘 부러지면 여린 거고, 질기게 휘어지기만 하면 이미 억세진 거예요.
색깔은 진한 초록빛이 돌면서도 표면에 윤기가 살짝 있는 걸로 고르시고, 누렇게 뜨거나 검은 반점이 있는 건 피하시는 게 좋아요.
손질은 크게 다듬기, 데치기, 헹구기 순서예요.
먼저 줄기 끝쪽에 두껍고 질긴 부분이 있으면 손으로 툭툭 끊어내면서 잎과 여린 줄기만 남겨주세요.
이 과정에서 잎을 한 장 한 장 뒤집어보면서 벌레 먹은 자국이나 흙 얼룩이 있는지 확인하고 흐르는 물에 두세 번 정도 씻어주시면 돼요.
끓는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고춧잎을 넣어 30초에서 1분 정도만 데쳐주세요.
너무 오래 데치면 특유의 알싸한 향과 씹는 맛이 다 빠져버리니까, 잎 색이 살짝 짙어지면서 숨이 죽는 정도에서 바로 건져야 해요.
건진 다음에는 찬물에 담가 열기를 확 식혀주고, 손으로 꾹꾹 눌러 물기를 짜주시면 손질 끝이에요.
이렇게 손질해둔 고춧잎은 물기를 뺀 상태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이틀 정도는 향이 크게 안 죽고 유지되더라고요.
다만 저는 가급적이면 손질한 당일이나 다음 날 안에 무쳐 드시는 걸 권해드려요.
2. 고춧잎으로 만드는 진짜 레시피
고춧잎나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된장무침인데요,
저희 집에서는 여기에 들깻가루를 살짝 더해서 고소함을 한 번 더 얹는 방식으로 만들어요.
재료는 손질해둔 고춧잎 두 줌, 된장 한 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들기름 한 큰술, 들깻가루 한 큰술, 통깨 약간이면 충분해요.
양념 비율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제가 여러 번 만들어보면서 정착한 비율이 있어서 그대로 공유해드릴게요.
짠맛이 강한 된장을 쓰신다면 반 큰술만 넣고 간을 봐가면서 추가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고춧잎 자체에 은은한 매운 향이 있어서 된장이 과하면 자칫 텁텁해질 수 있거든요.
조리 순서는 무침 요리답게 어렵지 않지만, 순서를 지켜야 잎이 뭉개지지 않고 결이 살아있는 무침이 되더라고요.
- 손질하고 데쳐서 물기를 짜둔 고춧잎을 한입 크기로 두세 번 정도만 툭툭 썰어주세요. 너무 잘게 썰면 무쳤을 때 죽처럼 뭉개지니까 큼직한 결을 남겨주는 게 포인트예요.
- 볼에 된장, 다진 마늘, 들기름을 먼저 넣고 숟가락으로 30초 정도 잘 개어서 양념을 하나로 뭉쳐주세요. 이렇게 미리 섞어두면 나물에 골고루 배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어요.
- 썰어둔 고춧잎을 양념 볼에 넣고, 손으로 가볍게 조물조물 무쳐주세요. 이때 너무 세게 주무르면 잎이 물러지니까, 양념이 겉면에 고르게 묻는다는 느낌으로 살살 5~6번만 뒤집어주세요.
- 들깻가루를 넣고 한 번 더 가볍게 섞어준 다음, 마지막에 통깨를 손가락으로 비벼 뿌려 향을 살려주세요.
- 완성된 무침은 바로 먹어도 되지만, 냉장고에 10분 정도 넣어뒀다가 드시면 양념이 잎 속까지 스며들면서 첫 젓가락에 씹는 맛이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매콤한 버전을 좋아하신다면 된장 대신 고추장 반 큰술에 식초 한 티스푼, 매실청 한 티스푼을 더해서 새콤달콤하게 무쳐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이 경우엔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살짝 얹으면 밥반찬보다는 막걸리 안주에 더 잘 어울리는 맛이 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갓 지은 밥에 이 무침을 얹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서 슥슥 비벼 먹는 걸 제일 좋아해요.
3. 고춧잎의 영양과 효능
고춧잎은 잎채소답게 식이섬유가 풍부한 편이라, 나물류 중에서도 씹는 질감이 꽤 단단하게 느껴지는 채소예요.
또한 초록잎채소가 대체로 그렇듯 비타민A와 비타민C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칼슘 함량도 다른 잎채소에 비해 낮지 않은 편이라, 멸치나 뼈째 먹는 생선 반찬과 같이 곁들이면 한 끼 식단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이런 영양성분은 조리 방법이나 데치는 시간에 따라 손실될 수 있으니, 너무 오래 데치지 않는 게 영양 손실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칼로리 자체는 낮은 편이라 부담 없이 곁들여 먹기 좋은 나물이고, 된장이나 들기름 같은 양념을 곁들이면 포만감도 함께 챙길 수 있어요.
다만 특정 질환이나 증상을 개선한다는 식의 효능은 검증된 바가 없으니, 그냥 제철에 나오는 건강한 잎채소 반찬 정도로 편하게 즐기시는 걸 추천드려요.
짧은 제철을 놓치면 내년 가을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 게 고춧잎이더라고요.
저는 이맘때만 되면 시장 갈 때마다 고춧잎 좌판부터 먼저 살피게 돼요.
오늘 장 보러 가시는 길 있으시면, 여린 고춧잎 한 줌 담아오셔서 저녁 밥상에 된장무침 한 접시 올려보세요.
고소한 들기름 향과 알싸한 잎 향이 섞인 그 맛, 직접 만들어보시면 왜 이게 가을 초입 별미인지 아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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