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 먹는 제철 콩잎, 장아찌 타이밍이에요
콩잎 장아찌, 한 번이라도 직접 담가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작년 가을에 친정엄마가 담가주신 콩잎 장아찌를 먹어보고 나서야,
왜 어른들이 가을만 되면 콩잎, 콩잎 노래를 부르시는지 알았어요.
사실 저도 어릴 때는 콩잎이 그냥 콩 농사짓고 남는 이파리인 줄로만 알았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이 콩잎이 딱 서리 내리기 직전, 지금 이 시기에만
장아찌용으로 쓸 만큼 두껍고 단단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직접 시장에서 사서 손질하고 장아찌까지 담가본 이야기,
도란도란 풀어볼게요 🌿

사진 출처: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1. 콩잎 고르는 법과 손질법
콩잎은 사실 한여름부터 시장에 나오긴 하는데요,
장아찌를 담그기에 딱 좋은 콩잎은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그러니까 딱 지금 이맘때 나오는 것들이에요.
여름 콩잎은 이파리가 얇고 여려서 삭히면 금방 흐물흐물 풀어져버리는데,
가을 콩잎은 잎맥까지 단단하게 자라서 삭혀도 형태가 살아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름에는 콩잎을 아예 안 사고, 가을 초입까지 기다리는 편이에요.
좋은 콩잎을 고르는 기준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일단 잎을 뒤집어서 뒷면을 봤을 때 잔털이 촘촘하게 살아있는 걸로 고르세요.
잔털이 죽어서 뭉개져 있으면 딴 지 오래된 거더라고요.
색깔은 진초록보다는 살짝 누런빛이 도는 게 오히려 좋은데,
이게 서리를 한두 번 맞으면서 잎이 두꺼워진 증거거든요.
저는 시장에서 잎 하나를 손톱으로 살짝 눌러보고,
탄력 있게 다시 튀어 오르는지 확인하고 사는 편이에요.
집에 와서는 일단 콩잎을 낱장으로 하나하나 떼어내는 게 첫 번째예요.
줄기째 두면 삭히는 속도가 잎마다 달라져서 나중에 익음 정도가 들쭉날쭉해지더라고요.
그다음엔 흐르는 물에 서너 번 정도 뒤집어가며 씻는데,
잎 뒷면 털 사이에 흙먼지가 생각보다 꽤 껴 있어서 손으로 한 장씩 문질러줘야 깨끗해져요.
대충 헹구고 넘어가면 나중에 장아찌 국물에서 흙내가 살짝 올라오더라고요.
씻은 콩잎은 채반에 겹치지 않게 널어서 물기를 완전히 빼주세요.
물기가 남아있으면 장아찌 국물이 금방 싱거워지고, 곰팡이도 잘 슬거든요.
저는 씻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채반에 널어두는 편인데,
손으로 잎 표면을 만졌을 때 물기가 하나도 안 묻어나올 때까지 기다려요.
이 과정만 제대로 해줘도 장아찌 완성도가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2. 콩잎으로 만드는 진짜 레시피
콩잎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사실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서도 저는 단연 장아찌를 제일 좋아해요.
콩잎 장아찌는 한 번 담가두면 두세 달은 두고두고 밥반찬으로 꺼내 먹을 수 있어서,
가을에 한 번 담가두면 겨울 내내 반찬 걱정이 좀 줄어들더라고요.
장아찌 국물은 간장, 식초, 물, 설탕 비율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는데,
저는 여러 번 실패하면서 제 입맛에 맞는 비율을 찾았어요.
너무 짜게 담그면 콩잎 특유의 구수한 맛이 소금기에 다 묻혀버리고,
너무 싱겁게 담그면 삭는 속도가 느려서 잎 특유의 아린 맛이 오래 남더라고요.
콩잎 100장 기준으로 정리해볼게요, 집에 있는 양에 맞춰 비율만 그대로 조절하시면 돼요.
- 손질해서 물기 뺀 콩잎을 통에 차곡차곡 눕혀서 쌓아주세요. 이때 잎끼리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으면 나중에 간이 고르게 안 배니까, 통 크기에 맞춰 5~6장씩 겹쳐 쌓는 정도로 해주세요.
- 간장 2컵, 물 2컵, 식초 1컵, 설탕 1컵을 냄비에 넣고, 여기에 마른 고추 2~3개와 다시마 한 조각을 함께 넣어 팔팔 끓여주세요. 끓기 시작하고 나서 3분 정도 더 끓여서 설탕이 완전히 녹았는지 숟가락으로 저어 확인해요.
- 끓인 국물을 한 김만 식힌 다음, 손으로 만졌을 때 뜨끈한 정도일 때 콩잎 위에 부어주세요. 완전히 식혀서 부으면 삭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지더라고요.
- 콩잎이 국물 위로 뜨지 않게 위에 무거운 접시나 지퍼백에 물을 채워서 눌러주세요. 잎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그 부분만 색이 거뭇하게 변하고 물러지더라고요.
- 실온에서 하루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로 옮겨주세요. 3일째 되는 날 국물만 따라내서 다시 한 번 끓여 식힌 뒤 부어주면, 잎이 훨씬 골고루 삭아요.
-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잎 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살짝 힘없이 늘어지는 느낌이 나는데, 이때부터 밥에 싸 먹기 시작하면 딱 좋아요.
따뜻한 밥 위에 콩잎 장아찌 한 장 올리고 그 위에 다시 밥을 얹어서 쌈처럼 싸 먹으면,
짭조름하면서도 새콤한 국물이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들어서
숟가락질이 자꾸 빨라지더라고요.
남은 국물은 버리지 말고 콩잎을 한 번 더 채워서 우려 쓰면 두 번째 장아찌도 담글 수 있어요.
3. 콩잎의 영양과 효능
콩잎은 콩과 마찬가지로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있는 잎채소로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잎채소답게 식이섬유도 있는 편이라, 장아찌로 만들어도 씹을 때 아삭한 식감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거예요.
또 콩잎에는 칼슘이나 철분 같은 무기질도 들어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성분들은 장아찌처럼 오래 삭히는 조리 과정에서 일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콩잎을 장아찌로만 먹기보다는,
가끔은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면서 조리법을 바꿔가며 챙겨 먹는 편이에요.
다만 콩잎이 특정 질환을 치료하거나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요,
그냥 제철에 나는 잎채소 하나를 다양한 방식으로 챙겨 먹는다는 마음으로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영양 정보는 참고만 하시고, 결국은 맛있게 담가서 자주 상에 올리는 게 제일이더라고요.
콩잎 장아찌 통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볼 때마다,
괜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더라고요.
가을이 지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재료라서 그런가 봐요.
올해 콩잎 보이실 때 놓치지 마시고,
오늘 장 보러 나가신 김에 한 봉지 사다가 장아찌 한 통 담가보세요 😊